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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0호 2018년 03월 (2018-03-15)

미술산책<2> 제우스일까, 포세이돈일까

고전미술사 박사 조은정 교수가 그리스에서 들려주는 미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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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산책<2> 제우스일까, 포세이돈일까




이 조각상(아래 사진)에 대해서 아테네국립고고학박물관 홈페이지에는 ‘제우스 또는 포세이돈’이라고 명시되고, 실제 전시장 안내판에는 ‘제우스’라고 적혀 있으며, 1968년도 도록에는 ‘포세이돈’이라고 되어 있다.

아르테미시온 곶 바다 밑바닥에서 잠수부들이 1926년에 팔 한쪽을, 그리고 2년 뒤에 몸체를 인양했는데, 발견 당시부터 이 장년의 남성이 제우스냐 포세이돈이냐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다. 뒤로 당겨서 뭔가를 내지르려고 하는 오른손의 손가락들이 열려 있기 때문에 번개를 쥐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 도록을 저술한 그리스 고고학자 카루주(S. Karouzou, 1898-1994)의 주장이었다. 그는 이 상이 기원전 5세기에 활동했던 칼라미스(Kalamis)의 작품일 것이라는 짐작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 고고학자들이 전설적인 고대 그리스 조각가들의 개인 양식을 추론할 때는 현재 남아있는 조각상들(대부분 헬레니즘과 로마 시대의 복제품) 중에서 헬레니즘과 로마 시대 저자들이 묘사한 명작과 유사한 사례들을 찾은 뒤 이들에게서 공통분모를 추출하는 식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이처럼 볏짚더미에서 바늘 찾기 식으로 옛 거장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려는 작업이 활발했으나 현재는 많이 지쳐있는 상태이다.

어쨌든 불원천리하고 아테네국립고고학박물관을 찾는 현대 여행자들은 고대 저자들이 찬양했던 바로 그 칼라미스의 작품이기를 바라곤 한다. 원작자와 대상이 누구든 간에 2미터가 넘는 장대한 청동상임에도 불구하고 눈썹은 은으로, 그리고 입술은 적갈색의 구리로 되어있어서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색깔 표현이 되어 있다. 원래 박아 넣었던 눈알까지 그대로 남아있다면 엄청나게 생생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아테네박물관의 1층 조각실은 두 개의 중정을 둘러싸고 원을 그리면서 돌도록 되어있어서 실제로 이 청동상을 보려면 선사시대부터 여러 방들을 거쳐야 한다. 아니면 중앙의 정면 축을 따라서 미케네 실을 가로지른 후에 길을 잃고 남들과 반대방향으로 헤매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기도 한다. 자연채광을 받으면서 높은 단 위에 우뚝 선 채로 무엇인가를 조준하고 있는 이 윤기 나는 거상을 보면 포즈를 따라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들 드는 모양이다. 만약 동행이 있어서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하면, 입구에서 곁눈질로 기다리던 박물관 직원이 바로 달려와서 제지한다. 고대 유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2000년대 초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외국 관광객들은 의아해하거나 분개하기도 하는 이 규정은 고대 유적과 유물에 대해서 존중(혹은 경외)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것이다. 현대 그리스인들에게 고대 문화유산은 중세 기독교인들에게 성인들의 유골이 주었던 것과 같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글·사진 조은정(서양화87-91) 목포대 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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