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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5호 2018년 08월 (2018-08-13)

“산천어·나비·고래…동물 학대하는 동물축제는 이제 그만”

국내 최초 영장류 학자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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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나비·고래…동물 학대하는 동물축제는 이제 그만”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제인 구달’처럼 환경운동 나선
한국 최초 야생 영장류 학자

김산하(동물자원과학95-99)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의 활동 범위는 생태학자와 환경운동가를 아우른다. 그는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 학자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유인원의 일종인 긴팔원숭이를 연구해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생태의 보고에서 돌아온 후엔 한국 곳곳의 반생태적인 요소들로 눈을 돌렸다. 최근 동물에게 고통만 주는 동물축제를 반대하는 ‘동물축제 반대축제(이하 동축반축)’를 성황리에 개최했고, ‘동축반축’ 이전에 설악산의 산양 서식지를 해치는 케이블카 설치에 대항해 산양 20여 마리를 원고로 내세운 소송을 제기하면서 화제가 됐다. 침팬지 연구의 대가면서 환경운동가로 헌신하는 제인 구달을 연상시키는 행보다. 7월 25일 이화여대에 있는 생명다양성재단에서 김 동문을 만났다.


-‘동축반축’의 성과를 꼽는다면.
“동물을 잡거나 먹거나 괴롭히지 않아도 재밌는 동물 축제의 대안을 제시한 것이죠.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참여해 주셔서 변화의 가능성을 느꼈어요. ‘동축반축’에 앞서 토론회를 열고 나비축제나 산천어축제, 고래축제 등을 비판했는데,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도 함께 보여준 셈이에요.”

-동물축제의 문제점이 무엇인가요.
“매년 전국에서 80여 개의 동물 축제가 열리고 그 중 80%가 축제의 주인공인 동물을 잡거나 먹는 것으로 끝납니다. 산천어는 원래 화천천에 사는 종이 아니에요. 양식장에서 수십만 마리를 들여와서 열흘 남짓의 축제 기간에 모두 죽게 되죠. 나비 축제에선 인공 부화한 나비들을 풀고 축제가 끝나면 전부 폐기해요. 동물의 이름을 내걸고 열리지만 정작 동물들에겐 고통스럽고 괴로운 시간일 뿐인 겁니다.”

-같은 날 울산에선 고래 축제가 열렸죠.
“포경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전시하고, 고래 고기를 먹는 위주로 운영되고 있죠. 맞불을 놓는 의미에서 같은 날 열었어요.”

-동물축제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동물에 관한 지식과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콘텐츠가 돼야 합니다. 고래의 경우 누구나 얘기를 들으면 재밌어하는 동물이에요. 이름을 부르듯이 서로 특별한 소리를 내서 부르기도 하고 행동생태학적으로 흥미로운 점이 많거든요.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선조들이 그린 고래 그림을 얘기할 수도 있고, 플라스틱을 삼키고 죽어가는 고래들을 살리는 방법에 대해 말할 수도 있죠. 나비 축제라면 나비가 실제로 사는 서식지에서 멀리서 나비를 관찰하는 기술 자체가 콘텐츠가 될 수 있어요.”

-동물축제를 여는 지자체는 반응이 있나요.
“아직 큰 반응은 없지만 주문진 오징어축제가 저희 제안에 관심을 보여서 의견을 나누는 단계입니다. 일단 맨손잡기는 하지 않는 조건으로 아이디어를 내려 해요.”

김 동문의 이같은 활동은 야생을 직접 겪어보고 연구한 경험이 근간이다. 2007년 자바긴팔원숭이의 생태를 관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구눙할라문 국립공원의 열대 우림으로 떠났다. 매일 밀림을 헤치며 나무 위 긴팔원숭이와 함께 달리느라 땀과 피투성이가 된 끝에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 논문이 탄생할 수 있었다.

-영장류 연구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석사 때까진 최재천(동물73-77) 당시 생명과학부 교수님 밑에서 까치를 연구했습니다. 석사를 마치고 교수님께서 ‘좀더 화려한 종이 어울리겠다’면서 영장류 연구를 권하셨어요.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로 보내주셔서 인턴으로 침팬지 연구를 했는데, 연구실보다는 야생에 있는 영장류를 연구해보고 싶었어요. 허락을 받고 다시 서울대 박사과정에 입학했죠.”

-서울대는 물론 한국에 계보가 없던 연구였죠.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처음엔 교수님도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다행히 인류학과 박순영(인류85-89) 교수님 수업 등을 들으면서 준비할 수 있었죠. 토종 연구자라서 전 좋았어요. 영장류 연구체계가 잘 갖춰진 해외 대학이라면 몸만 가도 됐겠지만 한국에서 처음부터 시작하니까 사회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달랐어요. 서울대, 더 나아가 한국의 시도로 바라보고 ‘한국이 이런 연구를 하는구나’ 공감해주신 것 같아요.”

-덕분에 국내 영장류 연구 토양이 생겼죠.
“최재천 교수님과 제가 이화여대에 몸담고 있어서 이곳 학생들이 영장류 연구를 이어가고 있어요. 벌써 11년째 후배들이 밀림에 가고 있는데 제가 아는 긴팔원숭이들의 안부를 전해주기도 해요. 시집 장가 가서 밀림을 떠난 녀석도 있다네요.”

김 동문은 남들이 다 하는 분야보다 안 하는 쪽, 독특한 쪽을 선택하면 오히려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한다. 강연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를 많이 만나본 그는 “젊은이들의 꿈나무에 도끼질을 하는 어른은 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연구를 위해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머물던 당시의 사진(김산하 동문 제공)



-왜 영장류를 연구해야 할까요.
“‘인간이라는 생물이 속한 전체적인 맥락을 보여주니까’라고 답할 수 있지만 다소 인간 중심적인 설명이기도 해요. 그보다는 영장류의 독특함을 강조하고 싶어요. 영장류는 너무나 ‘일반적’입니다. 개미핥기의 몸은 개미를 먹는 일, 고래는 물 속에서 사는 것에 특화됐는데 영장류는 그렇지 않죠. 머리로 세상을 풀어나가는 동물이고 그만큼 여지가 많아요. 연구 가치가 크죠. 다만 우리가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르면서 아직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쓰레기나 파괴력을 같이 얘기하지 않는 건 의아해요. 그런 생각을 하면 인간이 과연 뛰어난 존재일까 의구심도 들어요.”

-제인 구달 박사와도 인연이 있으시죠.
“최재천 교수님께서 제인 구달 박사님과 인터뷰를 통해 친분이 있으셨어요. 늘 저희 연구실을 통해 방한하셔서 가까이 모실 수 있었죠. 생명다양성재단의 명예이사도 맡고 계신데 에너지를 끝없이 불사르는 모습을 보면 ‘저렇게 사는 게 인생이구나’ 싶어요. 롤모델 같은 분이죠.”

-생명다양성재단은 어떤 일을 하는지요.
“기초과학을 지원해서 야생 동식물을 연구 조사하고, 생명존중을 위한 저변을 확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학문적 성과가 사회적인 영향을 갖도록 문화 콘텐츠도 개발해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환경 운동가가 본 한국은 어떤 곳인가요.
“올해처럼 우리 사회에 미세먼지나 재활용, 폭염 같은 환경 이슈가 집중된 적이 없어요. 더이상 곁가지 문제가 아닌데도 환경은 뒷순위로 미루고, 잘 사는 나라가 됐는데도 ‘힘들어서 그런 데 쏟을 여력이 없다’며 톤을 바꿔요. 모든 면에서 생태적인 걸 고려하지 않는 듯이 느껴지곤 하죠.”

-무력함을 느낄 때도 많을 것 같아요.
“없진 않아요. 나 하나가 살면서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될까 생각도 들고 가슴 한 곳엔 허망함이 있죠. 그렇다고 다르게 살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일상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유난스럽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요.
“저는 늘 ‘일관되게 반환경적인 사람보다는 비일관되게 친환경적인 사람이 낫다’고 말해요. 아무리 환경운동가라도 전혀 에너지를 쓰지 않고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건 불가능해요. 완벽하진 않더라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모두가 최전선에 나서지 않더라도 환경을 위해 열심히 뛰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팀메이트가 되어 주는 게 중요합니다.”

-동생 김한민(디자인98-06) 동문도 활동가로 같은 길을 걸으시죠. 의지가 되겠네요.
“요즘엔 저보다 동생이 훨씬 더 적극적인 것 같아요(웃음). 동생은 해양환경보호 단체 씨셰퍼드와 환경 인권 관련 단체에 몸담으면서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일은 함께 하려고 해요.”

-앞으로 이루고픈 일이 있으세요.
“제 목소리가 실생활에 반영되는 게 가장 큰 과제가 되겠죠. 언젠가 ‘야생학교’를 세우려고 창원 동판저수지 부근에 부지를 점찍어놨어요. 누구나 찾아와서 등록금 없이 야생을 배우고, 자연 보존에도 기여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박수진 기자



김 동문은


모교 동물자원과학과를 졸업하고 생명과학부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야생에서 긴팔원숭이와 같은 영장류를 연구한 한국인은 그가 처음이다. 현재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연구원이자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제인구달 연구소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 한국 지부장을 맡아 자연과 동물 보호 운동, 생태학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생태학과 예술을 융합하는 작업에도 관심이 많아 영국 크랜필드대 디자인센터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저서로 ‘비숲’과 ‘김산하의 야생학교’, 번역서로 리처드 도킨스의 ‘무지개를 풀며’ 등이 있다.
동생인 김한민 동문도 환경운동가와 작가로 활동 중이다. 어려서부터 동물과 그림을 좋아한 형제는 함께 생태환경 그림 동화 ‘STOP!’시리즈를 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기사: 자연과 벗하며 사는 92세 박상설 캠프나비 호스트 인터뷰

http://www.snua.or.kr/magazine/view.asp?gotopage=1&startpage=1&mgno=&searchWord=&mssq=03002000&seq=1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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