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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71호 2017년 06월 (2017-06-14)

녹두거리에서 : 렘브란트의 자화상으로 읽는 셀카의 미학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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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자화상으로 읽는 셀카의 미학



양정무(고고미술사학86-90)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셀카를 찍어 봤을 것이다. 팔을 쭉 뻗어 이런저런 각도로 표정을 바꿔가며 찍어 보는데, 나의 경우는 그다지 쉽게 맘에 쏙 드는 컷을 얻지 못하곤 한다. 카메라에는 문제가 없을 터이니 그냥 원래 내 얼굴 바탕을 탓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여러 컷 찍다보면 한 두 컷에는 마음이 가기도 한다. 그리고 사진 보정 앱으로 다듬다 보면 조금씩 내 얼굴이 좀 나아지는 것 같지만, 너무 다듬다 보면 원래 생김새에서 너무 많이 달라져 쑥스러워지기도 한다.


이렇게 셀카가 우리 일상에 아주 가깝게 들어오면서 셀카는 디지털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문화 현상이 되었다. 그러나 되짚어 보면 아날로그 시대에도 셀카는 있었다. 예를 들어 화가들이 거울을 앞에 놓고 스스로를 그린 자화상은 오늘날의 셀카와 많이 유사하다. 우리가 셀카로 찍은 사진을 보정하듯 화가들도 자화상을 그릴 때 가급적 자기를 잘 보여주고 싶어 했기 때문에 각도부터 밝기까지 하나하나를 조정하면서 몇 번이고 고치면서 그리게 된다. 이렇게 보면 화가들의 자화상은 셀카의 원조라고 해도 조금도 과언이 아니다.


자화상을 셀카로 본다면 유독 셀카를 많이 남긴 화가 한 명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바로 렘브란트다. 렘브란트는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에 네덜란드에서 살았던 화가인데, 흥미롭게도 어느 누구보다도 자기 스스로를 많이 그렸다. 화가가 된 뒤로는 해마다 적어도 한두 점씩 그렸기 때문에 그는 자화상으로 자서전을 썼다고 볼 수 있다.


(왼쪽) 렘브란트의 34세 자화상, 1640년. (오른쪽) 렘브란트의 63세 자화상, 1669년.



그런데 아쉽게도 렘브란트는 이런 자신만만한 그림을 그린 후부터 그의 인생에 불행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진다. 그는 많은 빚을 얻어 대저택을 구입하는데 이것이 우환이 되어 결국 파산하고 만다. 이때부터 그의 가족도 한둘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말년에 아주 초라한 삶을 살게 된다. 이런 힘든 시기에 그가 그린 자화상이 바로 오른쪽 그림으로 그가 63세에 그린 것이다.


63세 자화상을 보면 겸손함과 삶의 회한이 깊게 배어 있는 것 같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더 어두워졌고 빛은 단지 그의 얼굴과 손에 집중된다. 약간 처진 눈길과 꽉 다문 입 때문인지 얼굴엔 담담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소박한 옷과 가지런히 모아진 두 손은 이런 차분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것 같다.


우리가 셀카를 찍고 그것을 보정하듯이 렘브란트도 이 같은 그림을 그릴 때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고민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자화상은 모두 그런 고민에서 나온 결과인 셈이다.


특히 그가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그린 63세의 자화상은 과장이나 꾸밈보다는 더 자기를 솔직하게 보여주려고 고심한 것 같다. 이런 진지한 렘브란트의 마지막 자화상을 보노라면 요즘 우리가 셀카로 보여주는 세계가 얼마나 과시적이고 경박한지를 조용히 일깨워주는 것 같아 몇 번이고 그의 자화상을 다시 보게 된다.



 


*양 동문은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술사학자이자 미술평론가로서 칼럼 집필과 다양한 대중강연을 통해 미술사를 우리 사회에 알려왔다. 저서 시간이 정지된 박물관 피렌체’, ‘상인과 미술’, ‘그림값의 비밀등에 이어 최근 원시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4만년 서양미술사를 다룬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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