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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79호 2018년 02월 (2018-02-14)

미술산책<1> 작품의 쓸모와 가치

고전미술사 박사 조은정 목포대 미술학과 교수의 첫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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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산책① 작품의 쓸모와 가치
조은정(서양화87-91) 목포대 미술학과 교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 BC 2만5,000년경



미술가들에게 어느 시대가 더 힘들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구석기 시대의 조각가든 현대의 행위예술가든 관계없이 자신의 시대가 가장 녹록지 않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현대 미술가들이 특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젊은 작가들은 생계를 걱정하고,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서 부업을 병행해야 한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미대생들 중 졸업 후 10년 이내에 ‘전업 작가’로 구분되는 비율이 극히 낮았다. 학교나 학원, 회사에 근무하면서 돈을 모아서 작품을 발표하지만 전시장의 썰렁한 분위기에 지쳐서 작업을 포기하는 이들이 속출한다. 이러한 상황의 저변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일반 관람자들과 작품과의 거리가 멀어졌다는 사실이 크다. 사방에서 “현대 미술은 어렵다”, “왜 하는지 모르겠다”, “재미없다”는 불평이 속출한다.

우리나라에서 ‘서양미술사’로 번역된 ‘미술 이야기(The Story of Art)’에서 곰브리치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훌륭한 진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개 속에 작은 핵이 필요하다. 그런 핵이 없으면 진주가 제대로 모양을 갖추지 못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술가들의 재능을 집중시킬 수 있는 뚜렷한 임무가 바로 미술의 핵이다.”

현대 미술이 난해한 이유는 이처럼 사회가 부여하는 ‘뚜렷한 임무’를 상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미술 작품은 대개 종교적 의식의 도구, 투자가치가 있는 보물, 아니면 개인과 가문, 국가에 대한 홍보물이었다. 미술사의 첫 장을 장식하는 ‘빌렌도르프의 여인상’은 미술의 쓸모와 효용에 대한 강력한 증거이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이 작은 석상이 틀림없이 식량이나 불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생존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팍팍했던 시대에 과연 어떤 동료가 하염없이 불 곁에서 돌조각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수 있도록 생계를 지원해주었을 것인가?

현재 우리는 미술품에 대해서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무엇에 도움이 되는 물건인가?’, ‘얼마만큼의 값어치를 지닌 물건인가?’라는 질문을 꺼려한다. 예술에 대해서만큼은 감히 기능과 가격을 궁금해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들이야말로 미술가들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사회가 그들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 가늠하게 해 주는 잣대들이다. 일반 관람자들이 미술가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작가들은 자신들이 살을 붙일 핵을 찾게 되는 것이다. 관람자들이여, 제발 작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요구하라!


*조 동문은 모교 서양화과 졸업 후 그리스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대에서 고전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목포대에 재직 중이다. 저서로 ‘혼자 읽는 세계미술사 1, 2(공저)’와 ‘헬라스와 그리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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