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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작가의 정원

제 485호 2018년 08월 (2018-08-13)

작가의 정원<8> 생 폴 드방스(Saint paul de vence)

샤갈이 살았던 정원 같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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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정원 8 생 폴 드방스(Saint paul de vence)


샤갈이 살았던 정원 같은 마을




이 마을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을 산책하는 느낌이다. 이곳은 나지막한 산의 정상에 성곽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며 돌로 집을 짓고 길도 포장하였다. 거의 정원을 꾸밀 수 있는 자연환경이 못 된다. 하지만 내가 이곳을 정원으로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샤갈의 그림에서 나오는 작은 집들과 꽃들이 이 마을에서 중첩되기 때문이다. 마을 이름은 생 폴 드 방스(Saint paul de vence)이다. 이곳은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연안에 있는 휴양도시 니스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니스에서 이곳으로 오는 버스가 있어 3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이곳에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이 97세로 사망할 때까지 마지막 20년을 살았다. 그리고 마을 공동묘지에 샤갈이 잠들어 있다.


마르크 샤갈은 러시아(지금의 벨라루스)의 작은 유대인 마을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화가이다. 그는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꼽힌다. 나는 중학교 때쯤 샤갈의 그림을 미술책에서 우표보다 조금 큰 크기의 그림으로 처음 보았다. ‘아, 화가들은 꿈을 이렇게 그리나 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 그의 진품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두둥실 날아다니는 초록색 염소, 하얀 비둘기, 꽃다발 등을 보면서 마치 꿈속을 날아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샤갈의 자서전을 읽고 나니 그의 그림에는 고향과 민족에 대한 애틋함과 아름다운 추억들이 담겨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 샤갈은 그의 그림에 꿈이 아닌 그리움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


생 폴 드 방스는 성벽 사이에 있는 아치를 통과하여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서니 중세 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 성벽은 프랑수아 1세(Francis I)가 1537년부터 1547년까지 건축한 방어용 성벽으로 오늘날까지 당시의 모습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마을 한가운데에는 교회당이 우뚝 서 있어 중세 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오랜 세월로 반들거리는 돌 포장을 따라 골목길을 들어서면 소박하고 동화적인 갤러리와 아틀리에들이 있다. 쇼윈도와 문 앞에 전시된 물건들이 정원에 핀 꽃처럼 예쁘다. 좁은 골목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고 주택의 창문과 현관문이 골목으로 향하여 있다. 창틀에는 화분이 놓여 있고 현관 주위는 식물들로 풍성하게 꾸며 놓아 골목 전체가 마치 정원 같은 분위기이다.


그리고 성곽 밖의 동쪽 경사진 곳에 마을 공동묘지가 있고 그곳에 샤갈의 묘가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길게 타원형으로 길이 나있고 양쪽에 묘가 있다. 샤갈의 묘를 찾기 위해 비석에 새겨진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한 바퀴를 거의 돌았을 때 그의 묘를 발견하였다. 샤갈이라고 특별대우를 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작은 꽃다발을 그의 묘에 올려놓았다. 나도 다음에 오게 되면 그에게 헌화하고 싶다.


그런데 샤갈의 마을이라 불리는 생 폴 드 방스에는 샤갈의 진품 그림이 없다. 가까운 곳에서 그의 그림을 보려면 니스에 있는 국립 샤갈 미술관으로 가면 된다. 이 미술관은 1969년 당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가 설립을 주도하여 1973년 개관되었다. 샤갈의 성서화 보존을 위해 설립되어 처음에는 ‘샤갈의 성서화 미술관’으로 불렸다고 한다. 약 4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중앙 홀에 전시되어 있는 ‘인간의 창조’, ‘노아의 방주’ 등 구약성서에 관한 유화 연작 17점이 특히 유명하다.


그리고 작은방에 삽화를 그려 넣은 그의 시집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 ‘정원(Jardin)’이라는 시가 있다. 프랑스어로 쓰여 있어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삽화를 보며 그가 그리워한 정원을 상상해 본다. 이곳은 여러 화가의 그림을 함께 전시하는 대형 미술관과는 달리 오롯이 그의 작품 세계에만 빠져들 수 있어서 좋았다. 나오면서 미술관 건물을 다시 보니 건물도 샤갈의 그림에서 받은 느낌을 흐트러트리지 않게 아주 심플하고 단아하게 디자인되었다. 그 앞의 정원 또한 올리브 나무와 종려나무 그리고 사이프러스를 심어 초록색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화려하지 않은 정원 또한 그의 작품에 대한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게 하였다.


글·사진 문현주(농가정74-78) 가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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