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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3호 2019년 04월 (2019-04-15)

경계를 넘어 미래를 연다, 10돌 맞은 자유전공학부

‘맏선배’ 09학번, 600여 동문 소속 가장 젊은 단대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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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 미래를 연다, 10돌 맞은 자유전공학부


모교 자유전공학부(학장 양일모)가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2009년 문을 연 이래 배출한 동문이 총 641명이다. 자유전공은 대학 입학 후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2009년 당시 폐지되는 법과대학의 정원을 활용해 많은 대학이 도입했지만 현재 상당수가 운영을 중단했다. 모교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하고 자기주도적인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를 지켜온 자유전공학부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난 3월 22~23일 열린 자유전공학부 설립 1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의 토론과 이원석 자유전공학부 전문위원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자유전공학부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들었다.



지난 3월 자유전공학부 '전공설계' 과목 현장학습에서 신입생들의 모습. (자유전공학부 제공)




옛 문리대 계승한 문·이과 통합교육

“자유전공학부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분명한 자기 방향을 가진 인재를 키우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3월 22일 관악캠퍼스 57동에서 열린 자유전공학부 설립 1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 3부 라운드테이블의 토론자인 김찬협(자유전공 3년)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의 말에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유전공학부 교수와 졸업생, 재학생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지난 10년을 갈무리하는 자리였다. 교육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 대학에 왔지만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대학생이 숱한 지금 모교 자유전공학부 10년의 의미는 남다르다.

자유전공학부는 분과학문 중심의 전공교육이 지니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모교의 시도였다. 미국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학부 중심 대학)’를 표방했고, 앞서 인문·사회·자연대를 아울렀던 모교 문리대의 맥을 잇는다. 입학 후 2년간은 문과와 이과를 넘나드는 융합교육을 받는다. 이후 계열, 성적, 정원과 무관하게 두 가지 전공을 선택한다. 사범대, 의·약대 등 전문자격증이 나오는 학과를 제외한 서울대 내 모든 전공이 선택 범위고 둘 이상의 전공을 융합해 기존에 없던 전공을 만들 수도 있다.

학부 설립 초기에는 회의적인 시선도 받았다. 결국 상경계열 같은 인기학과로 전공 선택이 쏠리지 않겠냐는 우려였다. 실제로 많은 대학이 겪은 부작용이다. 모교 자유전공학부는 전공 선택이 비교적 다양하게 분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퇴, 전과 등 중도이탈자도 드물다.

학내외에서 꼽는 비결은 고전과 첨단을 넘나드는 탄탄한 기초교육과 밀착교육이다. 전임교수와 전문위원, 고학년 선배까지 총출동해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총력을 기울인다. 학부 설립 추진단이었던 유재준(물리80-84 기초교육원장) 전 부학장은 “설립 초기 전공 선택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며 “교수님들의 열정이 학생들의 생각을 바꿨다. 주제탐구세미나를 통해 눈을 넓혀주자 주체적으로 전공을 선택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전공필수과목인 ‘주제탐구세미나’는 ‘행복’, ‘문명’, ‘지식’ 등 인문·자연을 아우르는 대주제를 각기 다른 분야의 전공 교수 3명이 공동 강의한다. 또다른 필수과목 ‘전공설계’를 통해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방향을 잡고 구체화하게 된다.

교수·전문위원 밀착해 길잡이 역할

‘아카데믹 어드바이저’ 역할을 하는 전문위원제도의 공도 크다. 2015년 부임한 이원석(철학91-96) 자유전공학부 전문위원은 “전문위원제도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와 그렇지 않은 대학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학부제 교육을 지향하는 사관학교는 훈육장교가, 베이징대 자유전공학부인 위안페이학원은 퇴직 교수들이 상주하며 학생 지도를 맡고 있다. 모교 자유전공학부도 박사학위 이상의 전문위원 2명이 학생 면담과 비교과활동 기획, 수업 등을 담당한다.

언제든 찾아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전문위원은 학생들이 충분히 사유하고 탐색하며 자기 길을 찾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이 위원은 “자기 생각이 없고 부모가 원하는 전공을 그대로 받아들인 학생, 관련 수업을 충분히 들어보지 않고 전공을 택한 학생은 다시 생각해보게 지도한다”며 “관찰자 입장에서 대화를 통해 학생이 미처 몰랐던 적성과 학문적 관심을 깨닫고 동기를 확실히 가질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두 개의 전공 중 한 전공으로 경영, 경제 전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한 전공은 다양하게 선택하는 편이다. 학생 스스로 교과목을 구성해 승인을 받는 설계전공도 꾸준해 ‘놀이문화학’, ‘인간로봇상호학’ ‘통일평화학’ 등 100여 개의 설계전공을 만들었다. 백인백색의 전공 선택 사례를 모아 학부가 펴낸 책 ‘도대체 전공이 뭐길래’에서 설계전공으로 ‘인공지능공학’을 만들었던 손성호(자유전공10-16) 동문은 “전공의 경계를 허물고 원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수업을 재구성하는 일은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전공 교과과정을 잘 구성하는 책임까지 온전히 내게 맡겨졌다”며 “컴퓨터공학이 아닌 인공지능공학을 전공함으로써 더 거시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공 선택 통계 참조>






비록 본격적으로 전공에 뛰어드는 시기는 늦지만 전공 선택 과정의 ‘분투’가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 이원석 전문위원은 “공학 전공을 선택하는 문과 학생이 많다. 처음엔 힘들어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 상위권에 자리잡고 이공계 대학원도 진학한다”고 했다. 저학년부터 인문학과 과학, 비판적 글쓰기와 토론 등 강화된 교양교육을 거친 학생들은 ‘생각이 튼튼해졌다’고도 입을 모은다. 한경구(인류74-78) 전 학장은 “기존 방식과 자유전공 방식으로 키운 학생들의 차이를 보여주는 게 진짜 자유전공학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교수 9명이 학생 800명 지도 벅차

전공을 택한 후에도 학생들은 자유전공학부 소속으로 남는다. 자연스럽게 학부 내에 다양한 학문의 스펙트럼이 형성된다. 1기 졸업생으로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최필준(자유전공09-14) 플링크 CEO는 “특정 학과에 있었다면 결국 친구들과 똑같은 진로, 고민을 가지고 그 전공의 가장 좋은 일자리를 향해 경쟁했을 것이다. 전공이 다양한 자유전공학부 친구들과 모여 두 번의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다”며 학부의 장점으로 ‘네트워크’를 꼽았다. 또 “자전생들은 새로운 것에 거리낌이 없어 회사 운영자로서 뽑고 싶은 인재”라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의 다음 목표는 지난 10년의 성과를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학부 설립 당시 교무처장이었던 김명환(수학73-77) 수리과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학과의 장벽이 높은 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유전공제를 확대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SNU in world’로 확대된 ‘세계체험’ 등 자유전공학부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 모교 전체 교육 프로그램으로 확대된 예가 있다. 한경구 전 학장은 “자유전공학부 프로그램이 새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들고 학생들의 자신감도 필요하지만 엘리트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 학생에게 절박하게 필요한 방식”이라며 “이곳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프로그램들을 어떻게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불과 9명의 전임교수가 재학생 800여 명을 지도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학생들이 학내에서 자유전공학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마주하기도 한다. 김찬협 학생회장은 “자전생은 자유를 감당하는 법을 가장 먼저 터득해 가는 학부생이다. 수많은 시도와 시행착오로 얻은 정량적 정성적 데이터가 우리의 자산”이라며 “학부 후배들은 물론 시대의 흐름에 맞춰 경계를 넘어 학문적 영역을 넓혀 가려는 이들에게 학부가 축적한 자산으로 도움을 주면 긍정적인 시각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맏선배’가 09학번, 가장 젊은 동창회


2017년 자유전공학부 홈커밍데이 사진(출처=자유전공학부 홈페이지)


2013년 1회 졸업생을 배출한 자유전공학부동창회는 가장 젊은 단대 동창회다. 현재 총 640여 명의 동문이 있다. 활동은 SNS로 단체 대화를 주고받는 정도지만 학과 특성상 끈끈함이 남다르다. 각자 전공은 달라도 자유전공학부 소속을 유지하고, 학부 때부터 선후배를 연계해 후배의 진로 선택을 돕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이원석 전문위원은 “신생 학부로서 존폐 위기 등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장해 애정이 깊은 것 같다. 특히 1~3기 졸업생은 학과에 애착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3일 열린 자유전공학부 10주년 기념 홈커밍데이에는 동문 70여 명과 재학생 100여 명이 모였다. 가장 고참인 09학번을 비롯해 2010년대 학번들도 다수 참석했다. 다른 단대 동창회에선 보기 드문 풍경이다.

참석자들은 10년간 자유전공학부를 함께 만들어온 서로를 격려하고 자축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특유의 학과 문화인 ‘자전(자유전공)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김찬협 학생회장은 환영사에서 “자전생에게 정해진 길은 없지만 선배님들께서 각자의 길을 가시면서 현재의 자전생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마당을 마련해주신 것 같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 앞서 동문들은 재학생 후배의 진로 멘토링을 하기도 했다.

이어 양일모(철학79-87) 학장이 “2009년부터 지금까지 교수님들과 함께 여러분도 많이 고민해줬는데 이제 걱정 덜 해도 될 것 같다. 10년을 버텼으니 앞으로 10년은 희망에 찰 것”이라며 “학부 발전을 위해 미래인재기금 5억원을 마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생의 졸업 후 진로는 전문대학원과 일반대학원이 주를 이루고 취업 비율도 높다. 최필준 동문은 “동문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다 보니 홈커밍데이 같은 동창회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큰 링크들이 많이 생성될 것 같다”며 “이런 행사가 여러 번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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