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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8호 2018년 11월 (2018-11-16)

미술산책 <10> 로댕 ‘늙은 헬멧 제조공의 아내’

늙은 육체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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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 ‘늙은 헬멧 제조공의 아내’

늙은 육체에 대한 단상

글 조은정 (서양화87-91) 목포대 미술학과 교수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의 작품 가운데 ‘늙은 헬멧 제조공의 아내’(1890?)가 있다. 이 조각상은 주름지고 등이 구부러진 여인의 몸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이다. 앙상한 팔다리, 튀어나온 배, 늘어진 가슴, 옹이진 손가락, 숱이 없이 성성한 머리카락에 이르기까지 조각가는 육체의 나이를 냉혹하리만큼 생생하게 그려냈다. 20세기 초의 한 미술사학자는 이 조각상이 ‘추함’과 ‘불쾌함’만을 자극적으로 보여준다는 이유로 실패작으로 평가했다. 그가 ‘청동시대’와 ‘생각하는 사람’을 비롯해서 로댕의 작품 대부분에 대해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사실을 생각하면, 이 조각상의 충격이 꽤 컸던 듯하다. 그는 추한 대상을 소재로 삼는다고 해도, 이를 상쇄시킬 만한 더 크고 높은 주제와 표현 방식이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체의 묘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서 관람자의 영혼이 한층 더 향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주장은 전통적인 고전주의 관점을 대변한다. 현재는 현실적으로 추한 사물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내포된 표현력과 개성으로 인해서 예술가의 눈에는 아름답게 비칠 수 있으며, 이를 재현하고 재구성한 예술가의 표현 방식에 의해서 미학적인 가치를 가지게 된다고 주장하는 관점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더 나아가서 예술이 아름다움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믿음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있다. 추하고 불쾌하며 끔찍하기까지 한 것들이 우리 현실인 이상, 예술가들이 이를 외면하거나 아름답게 포장하지 말고 밝은 곳으로 끌어내서 관람자들이 각성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의견들 가운데 어느 쪽이 타당한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왜 ‘늙음’과 ‘추함’을 동일시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늙은 헬멧 제조공의 아내’를 다시 살펴보자. 이 조각상의 매력은 단순히 조각가가 창조한 선과 면, 구조와 질감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대상 자체가 지닌 표현력과 성격이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힘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은 예술가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늙은 육체를 묘사한 조각상은 얼마든지 즐기고 감상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서도, 늙고 피로한 현실의 육체에는 연민보다도 한탄과 불만, 더 나아가서 두려움까지 느끼곤 한다. 자신에게 닥칠 운명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동서양 고금의 예술 작품에서 늙은 육체가 죽음과 죄악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자주 사용되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위 조각상에 붙여진 또 다른 제목은 ‘늙은 정부(The Old Courtesan)’이다. 즉 젊고 아름다운 육체를 무기로 삼아서 살아온 인간의 회한과 덧없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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