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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동문을 찾아서

제 492호 2019년 03월 (2019-03-14)

증권계 첫 여성 수장 박정림 KB증권 대표 인터뷰

“상사에게 깨지면 툴툴 털고 업무자료 뒤적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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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업계 첫 여성CEO 박정림(경영82-86) KB증권 대표


“상사에게 깨지면 툴툴 털고 업무자료 뒤적였죠”


올해 1월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된 서울대 동문이 있다. 박정림(경영82-86) KB증권 대표가 그 주인공. 모교 졸업 후 체이스맨해튼 은행 서울지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해 길진 않지만 경력이 단절된 때도 있었다. 개인적인 질문은 한사코 사양하여 속내를 짚어내진 못했지만, 스스로 ‘여장부’라고 칭하는 것을 보면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그가 여성이라는 이름에 덧씌워진 편견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것이다. 수차례 언론 인터뷰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동창신문이라 더 떨린다는 박정림 동문을 지난 2월 2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KB증권 본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증권업계 첫 여성CEO가 된 소감은.

“어깨가 무겁다. 회사가 저를 믿고 금융그룹의 중요 분야인 증권에 사장으로 임명해줬으니 출신과 성별을 불문하고 좋은 성과로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은행원 출신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데.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에 몸담기도 했었다. 하나의 분야에 평생 종사하는 것도 강점이 될 수 있지만 여러 분야를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 또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은행은 시스템에 의한 운영이 안착된 데 비해 증권은 개개인의 역량에 따른 편차가 크고, 은행은 리스크 측면에서 다소 보수적인 데 비해 증권은 자본시장에서 모험자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혁신적 마인드가 강하다. 그러나 은행이든 증권이든 고객의 요구는 똑같다. 바로 자산을 불리는 것. 기관·기업·개인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구체적인 전략이 궁금하다.

“여러 부분이 있지만 우선 개인투자자들의 자산관리 측면에서 본다면, 국내에 집중된 투자 영역을 해외로 확대함으로써 리스크도 분산하고 수익률도 제고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국내외 상품들을 꾸러미로 묶어 다양한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온라인 채널을 통한 거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증권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국내외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ELS,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투자단위를 낮춰 손쉽고 편하게 가입할수 있을 뿐 아니라 가입한 상품에 대한 리밸런싱을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플랫폼을 선도적으로 제공하려고 한다. 나아가 주식이나 채권 투자에 흥미는 있지만 정보가 부족해 망설이는 개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투자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리봇’ 즉 리서치 챗봇이라는 KB증권만의 특별한 서비스가 있다.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과 연동되어 채팅창에 관심 기업이나 증시 현황에 대해 문의하면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을 거쳐 원하는 답을 찾아준다.”


-KB증권의 점포 전략은.

“은행 점포에 증권 점포가 같이 위치한 ‘복합점포’를 지속적으로 늘려 은행거래와 증권거래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은행상품과 증권상품을 결합하여 고객들에게 상품꾸러미를 제공함으로써 좀 더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있다. 복합점포는 증권-은행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현재 65곳에서 10여 곳 더 추가 개점할 예정이다. MTS·리봇 등은 온라인, 복합점포는 오프라인 형태로 고객의 증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보 제공 또한 병행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쉽다. 나아가 온-오프라인 서비스가 따로따로 구획되지 않고 하나로 연동되는 심리스 서비스(Seamless Service)를 완성할 계획이다.”


-투자할 만한 증권 상품은 있나.

“연 5~7%대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대체자산 상품과 해외채권형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공급하려고 한다. 올해 KB증권은 주식보단 변동성이 낮은 채권에서 성장 돌파구를 찾아 큰 틀에서 중위험·중수익군의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이머징 국채와 선진국 하이일드 국채 3~5년물 수익률이 6%대로 상승해 적립식으로 투자하기에 좋은 자산이라고 판단했다. 각국 채권의 리스크와 수익률을 면밀히 분석한 후 다양하게 조합시켜 개인 투자자들이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상품을 골라가며 투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주식 투자로 손실을 겪은 고객들은 따박따박 배당 나오는 펀드를 선호하게 되는데 ‘12번의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월지급형 상품도 개발 중이다.”



-해외 증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국내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국내에 편중돼 있다. 그러나 국내 투자만으론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므로 해외 시장까지 넓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지난 1월 14일 KB증권은 한국·미국·중국·홍콩·일본 등 5개국 증시를 원화만으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통합 매매시스템 ‘글로벌 원마켓’을 출시했다. 환전할 필요 없이 주식 매수시점에 은행에서 발표한 매매기준율로 바로 거래를 체결해주는 시스템이다. 환전 절차의 자동화로 고객 입장에선 원화로 거래하는 셈이 되며, 환전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거래와 거래 사이의 시간 간격을 좁혀 더 빠르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 즉 이전까진 주식을 팔고 대금을 받은 후에야 다른 주식에 투자할 수 있었지만 글로벌 원마켓을 통하면 파는 즉시 투자 여력이 생기게 된다. 해외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직구’할 때 상당한 인기를 끌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 전망은.

“올해 코스피 예상 밴드는 1,900~2,370포인트로 전망하고 있다. 2월말까지 반등한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기업이익과 경기가 부진함에도 한국증시의 상승을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와, 미중 무역합의에 대한 기대 및 중국 경기반등 때문이다.”


-사장으로서 추구하는 리더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회 전반에서 빠르고 거대한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이나 특성은 어느 한 가지에 국한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리더는 다양한 색깔의 모습을 미리 갖춰놓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평소엔 자상하다가도 위기의 순간엔 한계에 직면하도록 몰아붙이고 결국엔 극복해내도록 조직원들을 끌어주고 밀어줘야 한다. 또한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과 만나게 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는데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떤 상황에 처하든 소통하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때문에 저는 조직의 리더로서 ‘레인보우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리더로서 자신의 장점을 꼽으면.

“남의 말을 잘 들어주려고 하고, 타인으로 하여금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고 애쓴다. 제가 사장이지만 어떤 분야에선 사장보다 더 뛰어난 전문가들이 많은 거대조직이 KB증권이고, KB금융그룹이다. 전문가를 알아보고 그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그들의 의견을 잘 듣고 종합해서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오픈마인드’를 갖고 있고 여자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 좀 있는 듯하다.”


-그밖의 성공 비결은.

“지난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 목표에 집중하는 습관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사에게 깨졌을 때 두 손 놓고 씁쓸한 감정을 되새기다 보면 두 시간은 그냥 허비된다. 그럴 땐 잡생각을 접고 업무에 집중했다. 걱정거리의 80%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라고 하지 않는가. 실수를 인정하되 빠르게 털고 일어나 처리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가장 중요한 건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노력은 편하고 싶고 안주하고 싶은 순간에 자기 자신과 벌이는 싸움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은 남이 보기엔 표가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냥저냥 일하나 치열하게 일하나 옆에서 보기엔 별 차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순간순간의 싸움이 쌓이면 엄청난 차이가 된다. 편하고 싶고 안주하고 싶은 순간이 닥칠 때마다 ‘이건 아니지, 좀 더 해보자’며 스스로를 채찍질해왔다.”


-퇴근 후의 일상은 어떤지.

“아무리 피곤해도 뭐 어질러져 있으면 못 보는 성미라 집 청소와 정리를 한다. 집 정리를 하면서 하루 동안 흐트러진 마음의 정리도 같이 하는 것 같다. 방 치우고 씻고 책상 앞에 앉아서 못 봤던 자료들 보고 나면 어떨 땐 새벽 2시도 되고 3시도 된다.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다소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간이 안 돼 자주 하진 못하지만 집안에서 틈틈이 실내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체력관리를 한다. 또 반려견 세 마리와 짧지만 즐겁게 놀아주는 것으로 마음의 따뜻함을 보충한다.”



매년 계약 갱신하며 KB금융 15년 재직

채권투자 개미투자자도 접근 쉽게 만들어


경영대 82학번 동기 중 증권사 사장 세 명

윤종규 KB회장·이수창 전 생보협회장 각별



-특별한 인연의 모교 동문은.

“윤종규(대학원82-85) KB금융그룹 회장이 대학원 경영학과 선배다. 윤종규 회장은 새로운 시각으로 업무에 도전하는 자세를 중시했고 높이 평가했다. 저로 하여금 그룹 내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쳐 리더로서 역량을 갖출 수 있게 기회를 줬다. 이수창(수의학67-71) 전 생명보험협회 회장은 삼성화재 재직 당시 사장으로 모셨던 분이다. 계약직 부장으로 입사했을 때 제 의견과 입장에 힘을 실어줘 텃세를 겪지 않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때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KB금융으로 스카우트 될 수 있었다. 저를 포함하면 경영대 82학번 동기 중에 증권사 사장이 셋이나 된다.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 SK증권 김 신 사장. 지금도 자주 만나고 전화통화도 한다. 일로 보면 경쟁사 사장이지만 그전에 친구로서 든든하다. 총동창신문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방문신 SBS논설위원과도 동기다. 인터뷰 잘 하라고 격려인사도 해줬다. 출산하고 사회로 복귀할 땐 정몽준(경제70-75) 당시 국회의원의 비서관을 거치기도 했다. 그밖에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동문들을 만났다. 이 자리를 빌려 그분들이 보여주신 후의에 감사드리고 싶다.”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일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쪽도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쪽도 아니었다. 당시 경영학과 정원 325명 중에 여자가 3명이었다. 여자화장실이 한 층 건너 하나씩 있었는데 급한 용무 때문에 남자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남학생들이 들어오는 바람에 화장실 칸 안에 한참을 갇혀 있기도 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우 중 힘든 친구가 있으면 너 나 가리지 않고 각자 있는 돈 다 털어 같이 밥 먹고 어울리고 그랬다. 저마다 처해 있는 상황이나 추구하는 가치관은 달랐지만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다함께 어울렸던 그때가 그립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스쿨 스마트한 사람이 있고 스트리트 스마트한 사람이 있다. 스쿨 스마트는 공부하는 데만 똑똑하게 머리 쓰는 것으로, 스트리트 스마트는 실생활에 두루 머리를 쓰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서울대 후배들이 책만 파지 말고 사회에서 두루 다양한 경험을 쌓고 다양한 시각을 거쳐봤으면 좋겠다. 공부 잘하고 맨날 1등만 하고 칭찬 받았던 사람일수록 배려가 약할 수 있고 지적 받는 것을 못 견딜 수 있다. 다양한 경험, 다양한 시각을 쌓고 거치면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이끄는 리더로서 성장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경태 기자




박 동문은


1963년 출생. 서울 영동여고와 모교 경영학과 및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체이스맨해튼 서울지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우정사업본부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 옛 기획예산처 연기금투자풀운영위원회 위원 및 기금정책심의위원회 위원, 국민연금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 등 자산운용부문에서 큰손들인 연기금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1992년부터 2년 동안 정몽준 당시 국회의원의 비서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옛 조흥은행의 조흥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과 삼성화재 자산리스크관리 부장을 거쳐 2004년 KB국민은행 시장운영리스크 부장을 맡아 KB와 인연을 맺었다. KB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여신그룹 부행장을 거쳐 KB금융 WM총괄 부사장을 맡는 등 다양한 은행 업무를 맡은 후, 올해 1월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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